2008년 02월 01일
V(브이), 히어로의 미래.
처음 V를 접한 것은, 2007년의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라고 기억한다.
태권V라는, 어쩌면 다소 생소한, 그리고 매우 친숙한 소재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새로운 형태의 웹툰이었다.
다만 완결이 난 상태가 아니었기에 감상은 후로 미뤄둔 기억이 난다.
그리고 최근에 V의 영화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어느새인가 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던 V의 부활.
하지만 도통 컴퓨터를 못하는 상황으로 인해
하루 하루 미루다가, 오늘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을 했다.
태권V가 웹툰, 이라는 다소 생소한 미디어로 부활했다.
지금까지의 웹툰은 몇몇 작가를 제외한(예의 강풀님을 비롯한)
거의 대부분이 '옴니버스식' 생활 구도를 그린 것이었다.
그것들은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탁월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을 '수작'이라고 표현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 V는 감히 '수작'을 넘어 '명작'이라고 표현하기에 아깝지 않다.
일단 웹툰을 통한 태권V에 대한 감상은, '시대가 많이 바뀌었구나.' 였다.
그리고 그 생각은, 작품을 한 편 한 편 읽어나가며 확신이 되었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감동을 준 오리지날 태권V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태권V는 '현실성'을 토대로 되살아났다.
비단 나 뿐일까?
웹툰이라는 접근방법, 현실에 동화되어 버린 '훈이'
그 두 가지가 미묘하게 오버랩되는 것을 어렴풋이 나마 느낀 것은.
현실성, 감동, 재미.
어우르기 힘든 세 가지 요소를 잘 가미한 V는 확실히 수작이다.
다만 여기서 '작품'에 대한 평가를 하기엔 본인의 실력이 너무 미숙하다.
그러나 우리가 잡아내야 할 V의 포인트를 짚을 수는 있을 것이다.
V는 적절한 요소를 섞어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다.
대부분의 어린(비 태권V세대) 독자들은 그 부분을 보며 이 작품을 즐긴다.
하지만 V의 진면목은 그것이 아니다.
작가가 그것을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웹툰'이라는 말하기 방식은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V의 '주제'에 적당하다.
아니 적당하다, 라는 말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그야말로 V를 말할 때 '웹툰'으로 표현되었다는 말을 빼먹을 수가 없다.
V의 가장 큰 주제이자 맥락은, '히어로'의 변질이다.
단순한 '정의감'에 눈에 보이는 '적'과 맞서 싸운 것이 태권V라면,
V는 '정의감'과 '현실'안에서 고민하고,
과연 우리의 진정한 '적'이 누구일까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작품이다.
이 차이점은 꽤나 크다.
액션만화의 주인공과 현실에서의 훈이는, 너무나도 큰 갭을 지니고 있다.
그는 이제 '정의감'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
자신이 '현실적으로' 지켜야 할(가족) 존재를 우선시 하는 모습은
우리가 지니고 있는 '액션히어로'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현실에 기반을 둔 히어로는,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할까?
V는 훈이가 지니는 '내면적 고민'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세계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왜 굳이 자기가 이 일을 해야하는가, 라는 회의감.
작품의 전반적인 모티브는 그것이다.
'현실에 기반을 둔' 액션 히어로. 나이를 먹은 액션 히어로.
이는 너무나도 새로운 발상이고,
그것을 '웹툰'이라는 장르로 표현을 했다는 것은 너무나도 혁신적이다.
하지만 그것이 V의 진면목은 아니다.
어린시절, 우리는 태권V에 열광했다.
하지만 '어른들'은 태권V에 열광하지 않는다.
태권V는 단지 자신들을 '지켜주는' 존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자신을 지켜줄 때 태권V는 물론 '고마운' 존재이다.
언론도, 시민도, 자신을 지켜주는 태권V를 찬양한다.
그러나 단순한 언론플레이.
즉, 이 모든 일이 태권V에 의해 일어났다는 허망한 가설 하나로 사람들은 바뀐다.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정보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 만으로 그것은 사실이 된다.
그리고 그 사실은 자신의 삶을 파괴하는 태권V에 대한 적대감으로 바뀐다.
이것이 태권V라는 히어로에게 무한한 '사랑'을 보내는 아이들과의 차이점이다.
그리고, 그 태권V를 비난하면서도, 자신에게 필요할 때에는 애타게 찾는.
그런 '현실감'을 V는 너무나도 생생하고,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V는 그것으로 끝을 내지 않는다.
무조건 적을 '막는' 존재인 태권V의 존재를
어느새인가 '전쟁'에 이용되는 무기로 탈바꿈시켜버리는
정치가들의, 아니 인간의 검은 욕망을 비꼬기 시작한다.
모든 일의 시작, 그리고 모든 일의 결말은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히어로에 대한 감사를 모른다.
다만 그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유용하게' 쓰일지를 계산할 뿐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V의 작가는 독자들에게 충격적인 메세지를 날린다.
이는 '훈이'가 가지는 내면적 고민에 대한 것을 무의미한 것으로 치환한다.
철이와 메리의 자작극.
선의의 행동이었던 그것은, 어느새인가 훈이를 괴롭히고 만다.
사실, V를 감상하는데 있어서 위의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위의 사실이 진정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철이의 생각을 알 필요가 있다.
어느새인가 전쟁무기로(혹은 권력자에게) 이용되고 만 태권V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철이는 자작극을 준비한 것이다.
이는 작품내에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갈등들을 철저하게 비판하고 있다.
'순수한 힘'을 악용하려는 권력자들 끼리의 다툼과
자신에게 이로울 때에만 태권V의 존재를 '긍정'하는 여론.
덧붙여, 여론을 이용해 여론을 만드는 언론의 존재.
이 모든 것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이 철이의 존재이자
철이가 가지고 있는(메리가 동참한) 철이의 '정의'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V가 가지는 진정한 작품성은 '영희'에게서 나온다.
영희는 작품 내에서 그저 평범한 아줌마이다.
돈을 잘 벌어오지 못하는 남편을 원망하면서도, 사랑하는, 평범한 아줌마이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태권V에 타지 않는다.
태권V를 인정하고, 결국 태권V에 타기를 결심한 훈이와는 반대의 '결정'이다.
영희는 철저하게 현실에 기반하며, 철저하게 그것을 지키고자 한다.
그런 영희의 태도는 무슨 일이 있던간에 '식구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에서
너무나도 확연하고 절대적인 모습으로 드러난다.
이것이 '성역할'의 차이에서 나온 작가의 편견때문이라면 과도한 해석일까?
그 점은 제쳐두고라도 훈이와 반대적(비록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마지막엔 동조하지만)
성향을 지닌 영희의 역할은 V가 가지는 '고민'을 극대화 시키는 훌륭한 장치이다.
V. 오랫만에 느껴본 감동.
웹툰의 소재로는 익숙하지 않은 슈퍼로봇이라는 소재와
히어로의 현실화라는 혁식적인 주제를 내세워 너무나도 아름답게 엮은 이야기.
태권V를 추억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적어도 태권V의 이야기를 알아야만이.
V가 전하고자 하는 진정한 메세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by | 2008/02/01 01:39 | Thinking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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