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승리, 그리고?

2008년 2월 6 일 20시.
기대반 두려움반으로 기다려 왔던 허감독의 국가대표팀이
프리미어리그 3인방을 전력으로 추가하고 투르크메니스탄전에 나섰다.

어차피 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것도 아니기에 경기 얘기는 요약해서.



스타팅. 부상으로 빠진 병지형 대신에 김영광이 아닌 정성룡이 투입되었다.
그리고 남일형이 공격형미드필더에서 수비형미드필더로 내려가셨고.
박주영이 (타겟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마 무빙 원톱이었지 싶다.
그리고 소위 자랑스럽다는 '프리미어 3인방'중 영표형이 왼쪽 풀백
지성형이 센터공격형미드필더, 기현형이 우측윙을 맡았다.

전반전엔? 정말이지 답답했다.
박주영이 원래 원톱을 서는 선수가 아닌데 원톱을 세워 놔서 허둥지둥.
박지성은 공격활로를 낼 공간을 못 찾아서 잠수.
염기훈은 돌파를 하는지 마는지 뭔가 움직이기는 하는데 그저 멍...하니.
유일하게 설기현이 우측 돌파를 날카롭게 해 줬다.
아, 이영표의 수비 및 공격 가담도 나쁘진 않았지.

어쨋든 전략 자체로만 보면 나쁜 판단은 아니었지 싶다.
유럽 팀들이 고집하는 4-4-2에서 벗어났다는게 좀 좋았다.
랄까, 난 저걸 4-3-3이 아니라 4-2-3-1로 보는데
DF와 DM, AM와 ST 의 구분을 좀 해줘야 하지 않나 싶었다.
솔직히 염기훈/설기현은 공격가담보다는 사이드 돌파가 위주였으니.

어쨋든 박지성이 답답해서인지 계속 염기훈 자리로 오고,
거기가 비니까 김남일이 받쳐주러 올라가니까 조용형 당황해서 실수연발.
허정무도 답답했던지 30분경(자세히는 모르겠다)에 염기훈->김두현을 교체.
센터미드필더를 김두현에게 맡기고 박지성이 왼쪽으로 나갔는데
이 때부터 한국 공격이 좀 풀리기 시작했다.

적절한 패스와 위치선정으로 김두현이 센터에서 경기를 잘 풀어나갔고
공간을 얻은 지성-영표의 왼쪽 라인이 살아났으며, 스위칭으로 설기현도 날았다.
결국 적 수비진이 우왕자왕하며 공을 따라다니는 '동네축구'를 시작했고
첫 골이 나왔다.(솔직히 첫 골은 그다지 '좋은 골'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후반전은 여유있는 플레이로 차근차근 경기를 풀어나간 한국의 경기.
투르크메니스탄은 허둥대기 시작했고 대표팀은 약점을 차근차근 찔렀다.
'동네축구'의 수비 3~4명이 박주영에게 붙자 가볍게 설기현에게 패스.
설기현은 노마크 상태에서 때려 넣어서 한 골 추가.
박지성이 페널티라인 아슬아슬한 곳에서 중거리 슛으로 한 골 추가.
마지막으로 오프사이드 함정을 깨뜨리며 패스를 받아 설기현이 한 골 추가.

결론적으로 4:0 승리.



경기 얘기는 여기까지만.
어쨋든 경기를 보는 내내 몇몇 사이트를 모니터링 했는데
경기 초반 그들의 분위기는 이랬다.
"또 비기겠네.", "설기현 ㅄ.", "국대는 어차피 안돼."
그리고 한 골, 두 골, 세 골.
다시 모니터링한 그들의 분위기는 아까와는 정 반대였다.
"드디어 이기네.", "설기현 킹왕짱", "국대경기 재밌다."
문제는, 이 글들을 쓴 사람이 '같은 아이디'라는 것.

그들의 문제는 이거다.
이기면 재밌고, 지면 재미 없고.
이기면 조낸 잘하는 거고, 지면 조낸 못하는 거고.
잘했는데 졌다. 이런 것을 그들은 용납하지 않는다.

솔직히, 나는 오늘 경기. 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크게 이기면, 또 분명히 프리미어 때문에 이겼다. 라고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결과는 내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론은 일제히 '설기현, 박지성'에 대한 찬양성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물론 설기현, 잘했다.
하지만 또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프리미어리거가 없으면 안된다."

물론 그게 사실일 수도 있다. 아니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프리미어리거에 목 매는 그런 현상은 좋지 않다.
그건 결국 저번 포스팅에서 이야기 했던,
국가대표경기의 재미 혹은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뿐이다.

뭐,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가 이긴 상대는 '약체'라는 것이다.
이건 마치 프랑스가 한국을 5:0으로 이기고 만세삼창 하는 것과 똑같다.
승리를 즐기는 것은 좋다. 하지만 자만하면 안된다.
솔직히 우리 국가대표 실력, 이렇게 좋지 않다. 그건 명심해야 한다.
약체를 상대로 이겼다고 해서, 축구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4:0 '대승'이라고 대문짝 만하게 써 붙이는 언론이 불안하고,
그에 맞물려 환호하고 미친 듯이 좋아하는 '그들'이 불안하다.
이겼다. 맘껏 좋아하라.
하지만 오늘 외친 말들, 절대 잊지 말고,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덧, 최고의 적은 해설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선수가 뻘플레이를 하면 선수 핑계를 대 주더라. 무슨 짓이냐 해설.
비판할 건 비판하고, 칭찬할 건 칭찬해야지.
무슨 무조건 칭찬하는게 말이 되냐고. 그건 애국심이 아냐.

by 이스킨★ | 2008/02/07 05:50 | Thinking | 트랙백 | 덧글(6)

트랙백 주소 : http://empernita.egloos.com/tb/173822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토마 at 2008/02/07 11:17
난 ...4:0으로 이겼지만.. 불안해.
Commented by 에루 at 2008/02/07 13:33
너 벨리 떴다
Commented by 이스킨★ at 2008/02/07 20:52
토마//그러게... 그래도 다 약체팀이니 예선은 어찌어찌...
에루//내가 띄웠으니까 떴지;
Commented by 백아 at 2008/02/08 19:18
저 경기 봤는데, 프리미어리거보다 오범석이 킹왕짱이던데?

우리나라 축구는 볼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4-3-3은 안돼;
마땅한 윙도 없고 타겟도 없잖어 - -;

차라리 최전방 스트라이커 하나에 쉐도우 스트라이커 두는 투톱체제가 제일 괜찮은것 같은데..
Commented by 이스킨★ at 2008/02/09 07:31
오범석은 잘했는데 실수도 많았지 히히. 박지성이랑 설기현이 윙은 잘 하던데, 특히 설기현이 윙 잘보더라. 이천수도 스트라이커보다는 윙 스타일이고. 오히려 우리나라는 스트라이커 제원이 부족해보여;
Commented by 비바리 at 2008/02/09 10:25
후반전 부터 봤어요
이기긴 하였지만 안심못하는 우리축구 선수들
그래도 힘을 보냅니다.
얍~~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