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화국

원래, 사실, 정말. 이런 글은 안쓰려고 했는데, 하도 답답해서.

한 1~2주 전부터 인터넷의 익명성에 관한 글을 쓸까 말까 고민했다.
참 이래저래 익명성에 관해 여러 일을 겪어본지라, 재료도 많았다.
하지만 어차피 너무 식상한 주제, 쓰나마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인터넷은 나한테 크리티컬 히트를 먹였다.
답답하고, 답답해서 써야 되겠다. 한껏 풀어놓겠어.

대한민국은 인터넷 공화국이다.
어디를 가든지 인터넷이 안되는 곳은 별로 없다.
그런 곳에서도 차타고 30분이면 인터넷이 되는 곳을 찾을 수 있다.
광랜은 국토의 혈관처럼 뻗어있고, 그로인해 언제고 정보를 나눈다.
그리고 혹자는 그것을 '정보선진'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인터넷 사용자는 어느새 100명당 70명 선을 웃돌고 있다.
이것은 어찌보면 누구나 인터넷을 다룰 수 있음으로서
대한민국이 사이버 공간에서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인터넷)상에서, 대한민국은 '후진국'이다.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 같이 많아서 이어서 쓰기가 힘드므로, 순서대로.

첫 번째. 보안체계의 허술함(?)
사실 이 파트는 보안체계의 허술함을 집어내기 보다도
보안에 목매는 존재들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 주시길.

대한민국의 웹페이지 어디를 들어갈 때마다 항상 거슬리는 건
바로 '엑티브 엑스'입니다. MS에서 만든 이것은 참...
사용자를 많이 귀찮게 하는 녀석이죠.
특히 컴퓨터를 포맷이라도 했다 하는 날이면, 치가 떨립니다.
자바언어를 타도(?)하려고 MS에서 만든 엑티브 엑스는 MS에서 동작하죠.
즉 IE 체제 내에서만 동작한다는 겁니다.
그러니 대한민국에서 인터넷을 '제대로'하려면 IE를 써야 한다는 거죠.
FF등 가볍고 좋은 웹 브라우져를 국가차원에서 제재하는 것 아닌가요?

그렇다고 엑티브 엑스가 편하고 보안도 잘되냐?
인터넷 뱅킹좀 하려고 하면 엑티브 엑스를 4~5개는 깔아야 합니다.
심지어 그 때마다 재클릭, 재클릭.
컴퓨터가 느리다면 정말 인터넷 뱅킹하다가 컴퓨터를 부숴버릴지도.
게다가 엑티브 엑스가 그다지 신용받는 보안시스템도 아니고 말이죠.
(참고로 MS식 API는 국제공인 API가 아닙니다.)

어쨋든 이런 식의 효과가 가져오는 것은,
무차별적인 IE외의 타 브라우져 사냥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컴퓨터를 사면 무조건 윈도우를 '강매'당하는 우리네 입장인 것이죠.
윈도우(심지어 윈도우는 비싸다)-IE-엑티브 엑스.
시장에서 독점권을 잡고... 에이.

이렇게 불편하고, 시장경쟁에 역행하는 행위는
바로 우리가 존재하는 '웹상'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 회원가입하는데 왜 핸드폰이 필요한데?
필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핸드폰이 없는 상태인데.
그야말로 뭘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정말 말 그대로, '다니던 곳만' 다닐 수 있는 그런 상황.
어딜 가입을 할래도 핸드폰 인증을 하라네요.

도용/보안의 문제가 있는 주민등록번호는 이제 믿을 게 못되나 보죠?
몇몇 사람은 그렇게 주장합니다. 주민등록번호는 문제가 있다고.
그렇다고해서 핸드폰 인증이 '필수'가 된다면,
그것은 '이동통신 가입'이 '필수'라는 것과 뭐가 다르나요.
인터넷 사이트들과 이통사간에 뭔가 제휴라도 맺은겁니까.


셋째, 이제는 지겨운 익명성.
악플로 악명높은 네이버 댓글. 네이버 뉴스 댓글의 80%는 악플입니다.
그 밖에도 익명성을 무기로 떠들어 대는 것들이 만연하죠.
악플만이 아니라 사기 및 헛소리가 급격하게 많습니다.

이거야 뭐 굳이 여기서 떠들기도 참 뭣한 내용이니 사연 하나만 소개를.
어느 정도 개념을 탑재하고 계신 분이면 한번 써먹어 보세요.
이게 꽤나 스트레스 해소(혹은 익명성의 해악을 체감)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동네 피씨방에 들어가세요. 뭐 천천~히 둘러봅시다.
심야/새벽이 아니고서야 깔깔대고 있는 귀여운 초딩들을 찾을 수 있어요.
경험상 대부분의 초딩들은 험한 욕설을 달고 삽니다.
뒤에서 차분하게 관찰해 줍시다. 물론 때리지는 마세요.
차분히 보다보면 대충 무슨 게임을 하고 있는지 감이 옵니다.
액션(겟X프드), RPG(메이XX토리), FPS(서X어택) 등등을 하고 있겠죠?
그러면 잘 살펴둡니다. 아이디라던가, 닉네임이라던가.
그리고 잽싸게 자리에 앉아서 그 게임을 합시다.
어지간하면 그들과 함께 게임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살살 약을 올려줍시다. 방법이야 자유롭겠죠?
그들은 점점 흥분하게 되고, 격한 욕설이 뿜어져 나옵니다.
그때 잘 반응해주면 '번호' 얘기나, '현피' 얘기가 나옵니다.
나오지 않으면 잘 구슬려서 내뱉게 합시다.
그들이 잘 하는 말은 '어디 PC방이냐? XXX' 뭐 이런 식인데
당당하게 말해주고, 자리까지 말해 주세요.
정말 개념 있으면 급버로우일테고, 개념 없으면 뭐...
이 이후의 얘기는, 생략하겠습니다.

이런 식이에요.
오프라인에서는 아무 말도 못하는 아가들이
익명성을 손에 넣고는 와구와구와구 잘도 말합니다.
한 번 겪어보시면, 왜 익명성이 문제가 되는지 뼛속 깊이 느껴집니다.


사실, 이 글을 쓴 이유는 회원가입이 안되서(핸드폰)...
쓰다보니 익명을 빙자한 무개념 대처법이 되어버렸네요.
어쨋든 우리나라 인터넷 문화. 바뀌어야 합니다.

by 이스킨★ | 2008/02/08 08:45 | Thinking | 트랙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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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좌절금지 희망권장 at 2008/02/08 19:11

제목 : 잘난 IT강국 대한민국
이 포스팅의 발단은 이 놈의 기사다. 정부 측에서는 윈도우비스타의 한글버전에만 Active X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MS에 기술요청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PC에 윈도비스타 깔면 인터넷 뱅킹이 안된다고? 이 뭔 개념없는 소리야? 특히나 우리나라 IT환경, 세계표준을 무시하는 걸 방조하는 것도 맘에 안드는데 오히려 그 짓을 조장하는 걸로 밖엔 안보인다. 정말 대한미국 인터넷 사이트 어느 곳을 가나 Active X 설치 확인창이 뜨는 걸......more

Commented by Fedaykin at 2008/02/08 10:02
대신 그 자리에 초딩 23명이 같이 하고 있었으면 낭패.
요즘 초딩 무서워열. 단체로 패요
Commented by 이스킨★ at 2008/02/08 18:33
다구리는 좀 무섭지.
Commented by 백아 at 2008/02/08 19:11
어라, 이 블로그 왜 내 링크에 추가 안되어있었을까나? 여튼 오랜만;

그리고 글에 대해 몇마디 하자면,
액티브 x는 보안 문제랑은 사실 큰 관련 없어.
호환성 문제지.

개인인증의 경우 솔직히 민번은 신용도가 낮고, 그나마 신용도가 높으면서 덜 귀찮은 방법이 핸드폰 인증이기 때문이지;
신용카드 거래도 아니고 회원가입 할때마다 공인인증서 인증할거야? 그게 얼마나 귀찮은 짓인데
우리나라 국민들 이동통신 가입자수로보나 뭘로 보나 그쪽이 제일 합리적인 방법이라 그래;

그리고 예전에 내가 써뒀던 글도 트랙백 날려두마;
Commented by 백아 at 2008/02/08 19:13
트랙백 두개나 날려버렸다; 하나 지워줘;;
Commented by 이스킨★ at 2008/02/09 07:30
오, 형 오랫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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