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스스로 목을 조른다.

3월 11일. 전국에서 수십만명의 고등학생이 모의고사를 치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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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모의고사에 대한 기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모의고사와 관련된 기억들의 대부분은 '부정적' 인 기억일 것이다.
모의고사 자체만을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을 위한 준비과정(모의고사가 수능을 위한 준비과정임에도 불구하고)과
모의고사 때문에 발생하는 주변의 압박, 스트레스.
그리고 모의고사가 끝난 후의 결과로 인한 후속조치들.
대부분이 '점수' 와 관련된 문제이고, 그로 인해 학생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원래 모의고사란, 수능을 대비해 자신의 실력을 시험해 보는 것이다.
하지만 왜 이렇게 학생들은 모의고사 점수에 목을 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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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교육열은 너무나 격하다.
자기 자식 잘 봐달라고 돈을 찌르는게 너무나 당연시 여겨지는 사회.
자식의 성적을 위해서라면 위법행위도 마다않는 사회.
점수 1점에 울고, 점수 1점에 우는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 그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학생은 '점수 따는 기계' 로 전락해 버린 것이 아닐까?
그런점에서 '학생'으로서의 대한민국은 엄연한 계급주의 사회이다.
어떤 대학 = 위에서 몇 번째 대학. 이라는 서열이 확실하게 자리잡고 있다.
'어느 대학은 어느 대학 아래야', '어느 대학이 어느 대학보단 낫지.'
이런 대화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받아들여진다.
학벌주의라고도 표현되는 그것은 어느 순간 대한민국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권력을 잡기 위해선 점수를 얻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졌고,
그로인해서 부모들은 학생들을 다잡기 시작했다. 점수를 얻어야 한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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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게 학생들에게도 전염이 된다는 거다.
어느순간 학생들은 '뭔가를 하기 위해서 대학에 가는 것' 이 아닌.
'대학에 입학 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 버렸다.
그러니 정작 진로에 중요한 '과'의 선택은 뒷전이 되어버렸다.
혹은 한다고 해도 자신의 점수에 맞추기 위한 옵션 정도랄까.
결국 주된 '목표'는 대학의 선택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공부' = '점수따기' 이상의 것이 아니게 되어버리고
진정으로 뭔가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점수를 따기 위한 기술'을 배우게 된다.
이것이 과연 이상적인 학생의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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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 한 것은, 어쨋든 '기술'의 습득으로 인해 점수를 얻어도.
학교에서 잘 밀어줘서 내신 점수를 잘 받아도.
대학에서 원하는 학생은 '실력 있는' 학생이라는 거다.
항상 수시에서 내신 비율이 어쩌고 떠드는 것의 이유도 간단하다.
왜? 내신을 믿을 게 못되니까.
대학교에서 특목고 애들을 더 뽑는 다고 참 말이 많다.
하지만 어찌 보면 당연하다.
비록 그들이 내신 성적은 낮을 지언정 실력은 떨어지지 않으니까.
오죽하면 특목고 꼴찌 = 인문계 중상위. 라는 소리가 돌까.
근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게 불만인 것이다.
'기술'이 높은 자신을 제치고 '실력' 이 좋은 사람을 뽑아가니까.
점수를 올리기 위해서 '기술'만 올린 자들에게는 당연히 실망스럽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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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학생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노력은 좀 게을리 해도 '기술'만 있으면 성적은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좀 부족해. 역시 '실력' 이 있어야 하는데...
실력을 키우기 위해선 전자에 비해 압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판단이 서니까 학생들은 그 안에서 줄다리기를 한다.
적당한 노력으로 적당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
특히 그런 현상은 '어중간한' 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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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네이버 카페 중에 '수만휘'라는 카페가 있다.
꽤나 큰 네이버의 네임드 카페인데, 수능을 주제로 하는 정보카페이다.
종종 좋은 정보나 노하우를 입수할 수도 있는 좋은 곳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글은 패턴이 비슷하다.

'공부 하는 방법(성적 올리는 방법) 좀. 굽신굽신'
'이 정도 성적이면 어디 갈 수 있나요?'
'어느 대학은 좀 듣보잡 아냐? 이 정도는 되야...'

거의 대부분의 고등학생의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그런 글들이다.
이런 글들이 시사하는 바는 의외로 간단하다.
결국 그들이 욕하는 '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그들이 답습한다는 거다.
게다가 이런 학생들의 특징 중에 하나는, 이론은 빠삭한데 공부를 안한다.
결국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선 빠삭한데 점수는 안나오고
어디가려면 몇 점이 필요한지는 아는데 점수가 안되서 못가고
결국 그들이 무시하던 학교에 가서 다니는데 만족도 못하고.
그리고 반수를 한다니 재수를 한다니 하니까 그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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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그들도 사회의 피해자라고 할 수 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참 안타깝다.
입시에 뛰어들 때 정보는 물론 중요하지만.
어느샌가 그들은 '정보'를 탐하는 데만 열중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와 마찬가지로 '점수'를 얻는 데만 급급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다른 사람이 그들에게 '점수' 운운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 너무나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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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나도 그런 인간 중에 한명이기에 씁쓸하면서도
참... 안타깝다.
기껏 모의고사 점수에 목을 메며 몇 점 떨어졌네 하는 것도 우습고
모의고사 성적 조금 올랐다고 대단한 척 떠드는 것도 한심하고.
결국 모의고사는 모의고사일 뿐인데 말이지.
어찌보면 대한민국 학생들은 자신에게 족쇄를 걸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터인데.
너무나 좁은 공간에서 서로를 잡아먹으며,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것 밖에 할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

by 이스킨★ | 2009/03/13 00:51 | Thinking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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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피쉬 at 2009/03/13 01:17
현실은 언제나 우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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