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628]무뎌지는 가슴의 장례식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기도 하지만 독서의 달이기도 하다.
봄날의 포근함에서 여름의 후덥지근함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날씨.
더워서 못 참을 것 같은 날씨라기보다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날씨.
사실상 6월의 막바지에 날씨는 거의 한여름수준이긴 하지만서도.
어쨋든 6월에 읽은 독서량만 해도 스무권을 쉽사리 넘겨버렸다.
비록 인문서보다는 소설이, 소설보다는 자기계발서가 많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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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네다섯권의 서적중에 자기계발서가 많았던 것은 어째서 였을까.
6월 초기엔, 이런저런 일들로 바빴고 그로 인해 진득히 읽는 소설이나 인문서대신
가벼운 마음으로 짧게 읽을 수 있는 자기계발서를 선호했었더랬다.
물론 그것은 한 순간이었고, 약간의 소설을 읽었던 6월 중순.
그리고 6월 말에 이르러서는 엄청나게 커진 사건들이 줄줄이 터지기 시작했다.

80명이라는 적지 않은 중대인원 중에서 본부소대는 30명을 훌쩍 넘는다.
약 45%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본부소대 가운데서도 우리 분대원은 많다.
총 13명의 인원을 이끄는 만큼 말도 탈도 많은 것이 현재의 내 입장.
그런 상황하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아가들도 있어서 고통스러운 것이 사실.
하지만 그 상황을 억지로 뒤집기 위해서 참 많은 마음고생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자기계발서가 의지가 되었던... 이라고 해석하는 게 맞겠다.
어쩌면 방향성을 찾고 싶었던 걸 수도 있고, 사실 아무래도 상관 없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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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만큼 어쩌면 내 마음속의 감성은 점점 죽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했다.
황석영과 김동리의 소설을 연달아 읽으며 새삼 느꼈던 허무주의를 기반으로 한 것일수도
혹은 무차별 적인 독서(그것은 분명 무비판적 자위 행위에 가까웠을 것)가 가져온
일종의 정보포화상태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하고도 강하게 내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뭔가 왜곡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접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내 가슴에 또 다시 생채기를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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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던가, 현실에 대한 냉소에 얼어붙은 심장을 대뇌피질로 이장시킨 것은.
공허해진 심장과, 갈 곳 없이 헤매던 뜨겁고 붉은 피를 무기질적으로 바라보던 나.
하지만 분명히 내 심장은 뛰고 있었고, 나는 현기증을 느꼈었다.
그렇다면 무수한 상처로 가득한 나의 심장은, 과연 어디 있었던 것일까.

사실,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비록 외면하고 싶어했지만, 내 안에 녹아 있었던 진실.
감정을 느낄 수 없는 무뎌진 심장은, 이미 하늘로 보낸 상자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심장의 빈 자리엔, 뜨겁게 타오르던 심장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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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난 심장엔 붉은 피가 흘렀고, 난 그 피를 마시며 구토를 했다.
나의 가슴에서 뿜어져나온 그것은 길을 따라 흘렀고, 그것의 끝에 서서 먼 곳을 보았을 때,
비로소 우리가 목표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길로 한 발짝 내딛었을 때 심장의 상처는 멈췄고,
 피는 흘러내림을 멈추고, 온 몸으로 고동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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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다시 걸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통로는 밝은 오렌지 빛으로 물들어 있다.
터널이 끝났을 때, 밝은 빛이 기다릴 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걸으련다.
김이 날 정도로 뜨거운 피를 흘리던, 상처난 심장을 부여잡고.

by 이스킨★ | 2009/06/28 14:19 | 생활의 기록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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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토마 at 2009/06/29 09:37
전역했니 ? ㅎ 슬슬 나올때가 됬는디.
Commented by 이스킨★ at 2009/06/30 18:26
섊 6개월 남았디 ㅠㅠ
Commented by 토마 at 2009/07/02 22:22
너 8월군번 아니었냐 ?ㅜㅠ
Commented by 이스킨★ at 2009/07/04 10:53
저 2월 군번임 ㅠㅠ
Commented at 2009/06/30 09:5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9/06/30 10:00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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