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731]상병 최후의 날

병장 달았다고 자랑하려고 올리는 글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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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우습지도 않은, 2008년의 이른 초봄을 추억한다.
추위에 곱은 손을 비비며 냄비에 '찐' 밥을 먹었던 2월의 어느 겨울날.
소녀시대가 나에게로 와 '소원을 말해'보라 했을 때,
내가 빌었을 소원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등병'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다지 짧지도 길지도 않은 훈련소를 마치고, 이등병 약장을 다는 순간.
하지만 그 때의 기쁨은 이미 바래고, 2009년 7월 31일의 나는, 병장 오바로크를 치며 히죽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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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2008년 4월 이후의 어느날, 자대에 갓 전입온 이등병은 무엇을 생각하였는가.
그의 소원은, (조금은 웃기지만) 전역이 아니라 병장을 다는 것이었다.
그의 눈에 병장은 이 세상 모든 것을 가진 위대한 분들이었고
병장이 된다면 이 '군대'라는 곳을 쥐락펴락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 콩깍지와 함께, 초라한 이등병 약장이, 4개가 겹치는 그날을 상상했다.
내가 병장이 되고, 나의 후임들과 함께 새로운 병영을 만들겠다고.
매일 밤 그런 다짐과 함께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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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때의 나는 얼마나 어리석었는가.
나는 기득권이 되어 세상을 바꾸리라는 어리석은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돈을 많이 벌어야겠어.' 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해선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생각이 든 직후, 주머니에 있는 돈을 털어 도와줘야 했던 것이다.
병장이 되어, 그 권력(그것도 이미 후임들의 인정하에서 나오는 권리지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무엇인가를 바꾸기 위해, 나는 끊임없이 담론을 만들어야 했다.
선임과 동기, 그리고 후임들과 끊임없는 이야기를 이어나갔어야 했다.
하지만 난 그렇게 하지 못했고, 그렇기에 우리의 문화는 변화하지 못했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나의 전투모엔 이미 병장을 상징하는 4개의 작대기가 자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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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정확히 말하면 우리의 문화는 변화했다.
그것은 내가 원하던 방향의 문제를 벗어나, 완전히 왜곡된 방향으로 흘러갔다.
내가 진정한 고민으로 행하지 못했던 담론들은, 그것이 후임들을 '위하는' 방향이었다는 이유로
선임과 동기, 그리고 '되는' 후임들에게 좋은 씹을 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왜곡된 이야기는, '자유민주주의'를 추종하는 후임들에게 다가가
'너희가 무엇을 어떻게 하든, 나는 너를 갈구지 않겠다.' 라고 변형되어 그들에게 인식되었다.
분명히 우리에게 변화는 있었다. 그것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평가하지 않으련다.
꽤 많은 이들은 '왜 선임이 후임의 눈치를 봐야하나' 라고 한탄한다.
그 중에서 몇몇은 '과거로 돌아가야한다' 라며 후임들을 다그치고 갈구고는 한다.
그리고 그런 의식의 역행에 후임들은 당연히 반발한다.
그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자유로운 군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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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위치는, 병영내 기득권을 상징하는 병장의 초입이다.
하지만 그들의 자유를 위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그들은 나를 좋아한다.
그렇기에 내가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면 그들은 대부분 말린다.
'그 짬에 하실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라고.
왜곡된 담론. 그 결론은 '대충 하면서 편하게 하다가, 선임이 되면 후임을 시킨다.'는 논리로 변형되었다.
이것은 사실 비가시화된 보편적 진실로서 치부되던 것이었을 것이다.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군생활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니까.
하지만 이런 담론이 '가시화' 되고 '당연시' 여겨지는 것을 '비정상적'이라 생각하는 나도
어쩌면 기득권의 논리에 물든 것은 아닐까, 라며 생각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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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나는 내가 병장을 달기를 원했던 2008년의 초반부로 돌아가 보고자 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병장을 달길 원했던가.
그리고 지금 병장을 단 순간,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과연 그 방향성을 옳은 것인가.
아마, 오늘도 편하게 잠자기는 그른듯 하다.

by 이스킨★ | 2009/07/31 18:54 | 생활의 기록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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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에루 at 2009/08/01 08:46
병장 추카추카추카추
Commented by 이스킨★ at 2009/08/02 14:40
쌩유베리감사. 이제 집에 갈 일만 남아씀.
Commented at 2009/08/08 16:1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토마 at 2009/08/14 23:56
병장 축하
일이등병 자유를 얻으면 편하지
다만 병장되면 그자유가 족쇄가 된다능 ㅋㅋㅋㅋ
난 병장달고는 아무것도 않햇음 자랑은 아니지만..
정말 하기 싫었어 진짜 자랑은 아니야 이건. .솔직히 미안했지
대신 전역하고 만나서 발렸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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