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07일
아쉬운 승리, 그리고?
기대반 두려움반으로 기다려 왔던 허감독의 국가대표팀이
프리미어리그 3인방을 전력으로 추가하고 투르크메니스탄전에 나섰다.
어차피 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것도 아니기에 경기 얘기는 요약해서.

스타팅. 부상으로 빠진 병지형 대신에 김영광이 아닌 정성룡이 투입되었다.
그리고 남일형이 공격형미드필더에서 수비형미드필더로 내려가셨고.
박주영이 (타겟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마 무빙 원톱이었지 싶다.
그리고 소위 자랑스럽다는 '프리미어 3인방'중 영표형이 왼쪽 풀백
지성형이 센터공격형미드필더, 기현형이 우측윙을 맡았다.
전반전엔? 정말이지 답답했다.
박주영이 원래 원톱을 서는 선수가 아닌데 원톱을 세워 놔서 허둥지둥.
박지성은 공격활로를 낼 공간을 못 찾아서 잠수.
염기훈은 돌파를 하는지 마는지 뭔가 움직이기는 하는데 그저 멍...하니.
유일하게 설기현이 우측 돌파를 날카롭게 해 줬다.
아, 이영표의 수비 및 공격 가담도 나쁘진 않았지.
어쨋든 전략 자체로만 보면 나쁜 판단은 아니었지 싶다.
유럽 팀들이 고집하는 4-4-2에서 벗어났다는게 좀 좋았다.
랄까, 난 저걸 4-3-3이 아니라 4-2-3-1로 보는데
DF와 DM, AM와 ST 의 구분을 좀 해줘야 하지 않나 싶었다.
솔직히 염기훈/설기현은 공격가담보다는 사이드 돌파가 위주였으니.
어쨋든 박지성이 답답해서인지 계속 염기훈 자리로 오고,
거기가 비니까 김남일이 받쳐주러 올라가니까 조용형 당황해서 실수연발.
허정무도 답답했던지 30분경(자세히는 모르겠다)에 염기훈->김두현을 교체.
센터미드필더를 김두현에게 맡기고 박지성이 왼쪽으로 나갔는데
이 때부터 한국 공격이 좀 풀리기 시작했다.
적절한 패스와 위치선정으로 김두현이 센터에서 경기를 잘 풀어나갔고
공간을 얻은 지성-영표의 왼쪽 라인이 살아났으며, 스위칭으로 설기현도 날았다.
결국 적 수비진이 우왕자왕하며 공을 따라다니는 '동네축구'를 시작했고
첫 골이 나왔다.(솔직히 첫 골은 그다지 '좋은 골'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후반전은 여유있는 플레이로 차근차근 경기를 풀어나간 한국의 경기.
투르크메니스탄은 허둥대기 시작했고 대표팀은 약점을 차근차근 찔렀다.
'동네축구'의 수비 3~4명이 박주영에게 붙자 가볍게 설기현에게 패스.
설기현은 노마크 상태에서 때려 넣어서 한 골 추가.
박지성이 페널티라인 아슬아슬한 곳에서 중거리 슛으로 한 골 추가.
마지막으로 오프사이드 함정을 깨뜨리며 패스를 받아 설기현이 한 골 추가.
결론적으로 4:0 승리.
경기 얘기는 여기까지만.
어쨋든 경기를 보는 내내 몇몇 사이트를 모니터링 했는데
경기 초반 그들의 분위기는 이랬다.
"또 비기겠네.", "설기현 ㅄ.", "국대는 어차피 안돼."
그리고 한 골, 두 골, 세 골.
다시 모니터링한 그들의 분위기는 아까와는 정 반대였다.
"드디어 이기네.", "설기현 킹왕짱", "국대경기 재밌다."
문제는, 이 글들을 쓴 사람이 '같은 아이디'라는 것.
그들의 문제는 이거다.
이기면 재밌고, 지면 재미 없고.
이기면 조낸 잘하는 거고, 지면 조낸 못하는 거고.
잘했는데 졌다. 이런 것을 그들은 용납하지 않는다.
솔직히, 나는 오늘 경기. 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크게 이기면, 또 분명히 프리미어 때문에 이겼다. 라고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결과는 내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론은 일제히 '설기현, 박지성'에 대한 찬양성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물론 설기현, 잘했다.
하지만 또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프리미어리거가 없으면 안된다."
물론 그게 사실일 수도 있다. 아니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프리미어리거에 목 매는 그런 현상은 좋지 않다.
그건 결국 저번 포스팅에서 이야기 했던,
국가대표경기의 재미 혹은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뿐이다.
뭐,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가 이긴 상대는 '약체'라는 것이다.
이건 마치 프랑스가 한국을 5:0으로 이기고 만세삼창 하는 것과 똑같다.
승리를 즐기는 것은 좋다. 하지만 자만하면 안된다.
솔직히 우리 국가대표 실력, 이렇게 좋지 않다. 그건 명심해야 한다.
약체를 상대로 이겼다고 해서, 축구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4:0 '대승'이라고 대문짝 만하게 써 붙이는 언론이 불안하고,
그에 맞물려 환호하고 미친 듯이 좋아하는 '그들'이 불안하다.
이겼다. 맘껏 좋아하라.
하지만 오늘 외친 말들, 절대 잊지 말고,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덧, 최고의 적은 해설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선수가 뻘플레이를 하면 선수 핑계를 대 주더라. 무슨 짓이냐 해설.
비판할 건 비판하고, 칭찬할 건 칭찬해야지.
무슨 무조건 칭찬하는게 말이 되냐고. 그건 애국심이 아냐.
# by | 2008/02/07 05:50 | Thinking | 트랙백 | 덧글(6)
2008년 02월 01일
V(브이), 히어로의 미래.
처음 V를 접한 것은, 2007년의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라고 기억한다.
태권V라는, 어쩌면 다소 생소한, 그리고 매우 친숙한 소재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새로운 형태의 웹툰이었다.
다만 완결이 난 상태가 아니었기에 감상은 후로 미뤄둔 기억이 난다.
그리고 최근에 V의 영화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어느새인가 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던 V의 부활.
하지만 도통 컴퓨터를 못하는 상황으로 인해
하루 하루 미루다가, 오늘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을 했다.
태권V가 웹툰, 이라는 다소 생소한 미디어로 부활했다.
지금까지의 웹툰은 몇몇 작가를 제외한(예의 강풀님을 비롯한)
거의 대부분이 '옴니버스식' 생활 구도를 그린 것이었다.
그것들은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탁월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을 '수작'이라고 표현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 V는 감히 '수작'을 넘어 '명작'이라고 표현하기에 아깝지 않다.
일단 웹툰을 통한 태권V에 대한 감상은, '시대가 많이 바뀌었구나.' 였다.
그리고 그 생각은, 작품을 한 편 한 편 읽어나가며 확신이 되었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감동을 준 오리지날 태권V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태권V는 '현실성'을 토대로 되살아났다.
비단 나 뿐일까?
웹툰이라는 접근방법, 현실에 동화되어 버린 '훈이'
그 두 가지가 미묘하게 오버랩되는 것을 어렴풋이 나마 느낀 것은.
현실성, 감동, 재미.
어우르기 힘든 세 가지 요소를 잘 가미한 V는 확실히 수작이다.
다만 여기서 '작품'에 대한 평가를 하기엔 본인의 실력이 너무 미숙하다.
그러나 우리가 잡아내야 할 V의 포인트를 짚을 수는 있을 것이다.
V는 적절한 요소를 섞어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다.
대부분의 어린(비 태권V세대) 독자들은 그 부분을 보며 이 작품을 즐긴다.
하지만 V의 진면목은 그것이 아니다.
작가가 그것을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웹툰'이라는 말하기 방식은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V의 '주제'에 적당하다.
아니 적당하다, 라는 말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그야말로 V를 말할 때 '웹툰'으로 표현되었다는 말을 빼먹을 수가 없다.
V의 가장 큰 주제이자 맥락은, '히어로'의 변질이다.
단순한 '정의감'에 눈에 보이는 '적'과 맞서 싸운 것이 태권V라면,
V는 '정의감'과 '현실'안에서 고민하고,
과연 우리의 진정한 '적'이 누구일까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작품이다.
이 차이점은 꽤나 크다.
액션만화의 주인공과 현실에서의 훈이는, 너무나도 큰 갭을 지니고 있다.
그는 이제 '정의감'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
자신이 '현실적으로' 지켜야 할(가족) 존재를 우선시 하는 모습은
우리가 지니고 있는 '액션히어로'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현실에 기반을 둔 히어로는,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할까?
V는 훈이가 지니는 '내면적 고민'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세계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왜 굳이 자기가 이 일을 해야하는가, 라는 회의감.
작품의 전반적인 모티브는 그것이다.
'현실에 기반을 둔' 액션 히어로. 나이를 먹은 액션 히어로.
이는 너무나도 새로운 발상이고,
그것을 '웹툰'이라는 장르로 표현을 했다는 것은 너무나도 혁신적이다.
하지만 그것이 V의 진면목은 아니다.
어린시절, 우리는 태권V에 열광했다.
하지만 '어른들'은 태권V에 열광하지 않는다.
태권V는 단지 자신들을 '지켜주는' 존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자신을 지켜줄 때 태권V는 물론 '고마운' 존재이다.
언론도, 시민도, 자신을 지켜주는 태권V를 찬양한다.
그러나 단순한 언론플레이.
즉, 이 모든 일이 태권V에 의해 일어났다는 허망한 가설 하나로 사람들은 바뀐다.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정보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 만으로 그것은 사실이 된다.
그리고 그 사실은 자신의 삶을 파괴하는 태권V에 대한 적대감으로 바뀐다.
이것이 태권V라는 히어로에게 무한한 '사랑'을 보내는 아이들과의 차이점이다.
그리고, 그 태권V를 비난하면서도, 자신에게 필요할 때에는 애타게 찾는.
그런 '현실감'을 V는 너무나도 생생하고,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아래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by | 2008/02/01 01:39 | Thinking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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